안중근의사 유해 못 찾는다…“이젠 가슴에 묻어야 할 때”

대한국인
20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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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안중근의사 유해 못 찾는다…“이젠 가슴에 묻어야 할 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윤원태 사무국장 기사입력 2015-02-12 오전 10:27:00 | 최종수정 2015-02-13 오전 10:56:29 [헤럴드용산동작=권지나기자] [국가보훈처가 지난달 19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광복7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안중근의사 유해 매장지로 추정되는 지역에 탐지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보여주기 식 사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두 차례에 걸쳐 안중근의사의 유해발굴을 시도했으나 여태껏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작업에 국가보훈처는 지표투과레이더 등 첨단 장비를 사용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중국 측의 허가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는 것은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지만 ‘유해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기자는 안중근 의사 서거 105년(1910년 2월14일 일제로부터 사형 집행)을 앞두고, 윤원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만나 유해 발굴사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Q. 국가보훈처의 유해 발굴사업이 올해로 세 번째를 맞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안중근의사가 전하려고 했던 사상이나 정신을 국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막연히 찾는다고만 하는 것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유해를 찾는 것, 물론 중요하죠. 안중근 의사의 유언이 자신이 죽거든 고국에 묻어달라고 했으니까. 전 국민이 바라는 염원이기도 하고... 하지만 어떻게 찾을 것이며, 어떻게 모셔 와서, 또 어떻게 안장을 하냐는 거죠. 아무런 근거도 없는 증언을 듣고 유해를 찾는다? 이건 잘못된 거예요. Q. “남북한 공동 발굴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야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안중근의사는 우리나라의 영웅이기도 하지만 아시아에서도 굉장히 존경하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어요. 보세요. 남북한에서 공동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누가 있을까요? 안중근의사밖에 없단 말이죠. 지금 또 남북한이 유일하게 추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물은 안중근의사밖에 없어요. 그런데,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유해를 발굴했다고 쳐요. 북한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까요? 제일 중요한 것이 남북한의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걸 검토조차 안한다는 거죠 지금. 안중근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예요. 그렇기 때문에 유해를 찾는다고 해도 북한이 연고를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는 거죠. 이런 상황인데 북한을 배제하고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는 다는 것은 말이 안돼요. 중국, 북한과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된다고 봐요. 그 이후에 북한과의 공동 발굴 작업이 진행돼야 하는 것이 맞는 거죠. 70년대 초에 북한이 먼저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으려는 발굴 작업을 했어요. 그 후에도 한번하고... 총 두 번에 걸쳐 유해 찾기에 시도했는데 못 찾았어요. 그러고 나서 김일성 주석이 “이건 불가능하다” 이렇게 밝혔단 말이죠. 지금 국가보훈처에서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는다” 이렇게 밝혔어요. 그런데 유해 이야기가 나왔는데도 북한이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은 ‘어차피 못 찾을 것’이라고 판단을 한 거죠. 사진설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윤원태 사무국장. Q. 국가보훈처의 이번 유해 발굴 사업결과를 예상해 보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류순 감옥터가 주택과 아파트로 다 들어차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위치 파악도 안되는데 이걸 어떻게 찾느냐는 거예요. 왜 매해 이렇게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지 의도를 알 수가 없어요. 2008년에는 중국 정부의 발굴 허가를 받고 작업을 추진했다가 결국 실패했어요.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신뢰성을 완전히 잃은 상태죠. 지금이라고 뭐 달라지는게 있을까요? 중국정부는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오라고 하는데 그게 없어요 지금.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는다고 한게 벌써 세 번째예요. 그럼 두 번째 발굴을 하고 충분한 뒷조사가 더 진행돼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예요. 매년 똑같은 증언들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게 혈세 낭비고, 국민을 우롱하는 거죠. 만약에 발굴 작업을 해서 유해가 나왔어요. 이걸 또 어떻게 확인하냐는 것이 문제예요.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지 올해로 105년이 흘렀는데 DNA 분석이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거죠. DNA는 세월이 흐를수록 훼손도가 심해지는데 100년이 넘었어요. 과연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할지가 의문이네요. 2013년도에는 안중근의사의 허묘, 김구 선생님 묘소 등 애국선열들의 묘소가 있는 효창공원을 성역화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그런데 새누리당 이미재 의원이 “공원 내 애국선열들의 묘소를 이장하고, 효창공원은 공원의 기능을 지속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을 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조국을 위해서 희생한 분들의 묘조차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효창공원의 성역화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반대하는 현 상황에서,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모셔 온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정책인지 의문입니다.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는 것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안중근의사가 전하려 했던 평화와 사상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은 채 유해를 찾는 데에만 급급한 것은 안중근의사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죽거든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면 고국에 묻어 달라”고 했던 안중근의사의 유언이 과연 이런 것을 바라고 하신 말씀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 아닐까요. jina2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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