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190초 영상'... 나를 지켜주세요

대한국인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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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190초 영상'... 나를 지켜주세요
[플래시몹 영상] 2월17일, 소녀상은 외롭지 않았다

16.03.18 10:26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사진:권우성쪽지보내기|영상:정대희쪽지보내기

여기, 아주 특별한 공연 영상이 있습니다. 짧습니다. 3분 11초입니다.  



(위 영상은 유튜브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mlW1xfj78Zk)

▲ 서울 성북구 학생들로 구성된 '안중근 청소년 평화 오케스트라(단장 정경화)'와 '안중근 어린이 합창단(단장 김우섭)'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18차 수요시위'에서 가곡 '그네'와 '아리랑' 공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기억하시나요? 박근혜 대통령은 소녀상을 내쳤습니다. 아직 서운함과 분노가 남아 있다면, 늦지 않았습니다. 이 영상을 퍼날라 주세요. 외국인에게도 친절한 자막이 있습니다. 지상파와 <종편>은 외면하겠지만,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당신의 이메일이 모이면 강력합니다. 이 봄, 민들레 씨앗 같은 소녀의 눈물을 사람들의 가슴에 뿌려주세요. 당신이 미디어입니다.

[공연 현장] 얼음장 같은 청동의 목, 선율로 감싸다

오뚝한 콧날, 앙다문 입술, 주먹 쥔 손, 소녀 눈동자는 처연했다. 영하의 날씨, 그것도 천년 동안 맨발로 앉아있을 기세다. 손바닥을 대면 쩍 달라붙을 것 같은 차디찬 청동 목을 감싼 건 노란 목도리. 소녀가 다가가 목도리와 보라색 모자를 어루만지면서 '평화의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소녀 플루트 연주자가 홀로 일어나 화음을 맞췄다. 잠시 뒤 또래의 소년소녀가 바이올린 줄(현)에 활(bow)을 올려놓고 연주했다. 선율은 차가운 소녀상 곁에 머물고 노래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울려 퍼졌다. 소녀상 뒤쪽의 첼로도 현을 켜기 시작했고, 어린이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합주와 합창을 했다.   

"한 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 두 번을 거듭 차니 사바가 발 아래라~" 

사진기자들은 셔터를 눌렀다. 수백 명의 시민들이 지켜봤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지난 2월 17일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주 특별한 공연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소녀상처럼 의자에 앉아 가곡 '그네'와 '아리랑' 공연을 보았다. 1218번째 수요집회가 이어졌다. 


(위 영상은 유튜브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boWEHyNZktc)

[공연 후] "연주밖에 할 수 없어 미안했다"

이날 공연은 서울 성북구 학생들로 구성된 '안중근 청소년 평화 오케스트라(단장 정경화. 지휘자 이영국)'와 '안중근 어린이 합창단(단장 김우섭)'이 주최했다. 200초 정도의 공연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곳곳에서 박수가 터졌다. 악기를 연주하고 합창한 어린이 청소년들의 손은 새하얗게 얼었지만, 큰일을 한 듯 얼굴은 상기됐다.  

"할머니들의 얼굴을 보니 안타까웠다. 해줄 수 있는 게 이것(연주)밖에 없어서 미안했다." (주재훈. 고등학교 2학년) 

"재능 봉사하러 왔다. 할머니들을 기쁘게 해줬다." (김솔. 초등학교 5학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연주로 도와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권경민.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공연하는 동안 방송카메라 8대가 돌았다. 권성민 전 MBC 예능피디(해직 무효 소송중)와 지인들이 자원봉사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공연을 주선했고,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도 거들었다. 자막을 입히는 등 마지막 영상 편집 작업도 권 전 피디 몫이었다. 한 달여간의 공연 준비와 작업 끝에 3분11초 영상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세상에 내놨다. 

눈물의 힘을 믿는다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서거일이다. 사형 집행일이다. 부끄러운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쳤지만, 오늘도 소녀상 곁을 지키는 시민들은 많다. 지금까지 400여만 명이 영화 <귀향>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80년 동안 눈물을 흘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힘이다.   

그래서다. 지상파 방송과 보수 종편은 외면하지만 우리가 할 일이 있다. 우리가 미디어다. 소녀상과 함께한 '190초 오케스트라'를 전 세계에 뿌려 달라.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시민들이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18차 수요시위'에서 서울 성북구 학생들로 구성된 '안중근 청소년 평화 오케스트라(단장 정경화)'와 '안중근 어린이 합창단(단장 김우섭)'의 가곡 '그네'와 '아리랑'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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