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누가 훔쳐갔을까…고대-항일단체 '갈등'

대한국인
201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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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누가 훔쳐갔을까…고대-항일단체 '갈등' 고대 인근 '인촌로' 명칭 폐지 둘러싸고 '아웅다웅'

항일운동가 단체들이  고려대 인근 '인촌로' 명칭 폐지를 위해 설치한 현수막이 밤 사이 도난당하면서 '누가' 훔쳐갔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14일 운암 김성숙 기념 사업회 등 항일독립운동가단체들이 설치한 현수막이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를 확보한 뒤 용의자 3명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항일단체들이 문제의 현수막을 걸게 된 발단은 지난해 성북구가도로명주소법 시행 과정에서 개운사 진입로인 '개운사길'을 '인촌길'로 변경하면서다.

이들은 "일제에 맞서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지킨 불교운동의 성지인 개운사에 친일 인사의 호를 딴 진입로는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해 명칭 환원 방침을 이끌어 냈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려대 앞 '인촌로'까지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행정안전부에 민원을 내고 지난 11일 현수막 24개를 고려대와 보문역 주변 인촌로에 걸었다.

이 현수막에는 '일본에 충성한 김성수 인촌로 지정 취소하라', '고대 설립자는 김성수가 아니고 이용익 선생이다', '친일파 김성수가 고려대 설립자인지 밝히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항일단체의 도로명 폐지 운동이 지난 14일 새벽 현수막이 누군가에 의해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항일단체들은 즉각 경찰에 진정서를 내고 배후를 철저히 밝혀달라며 경찰청장서울지방경찰청장, 그리고 성동경찰서장 앞으로 공개 수사를 촉구하는 공문까지 보낸 상태다.

 

항일단체들은 도난 사건 이후에도 지난 16일 같은 내용의 현수막 23개를 재차 설치했다.

도난 사건 이후 또 다시 현수막이 설치되자 처음에는 대응을 하지 않던 고려대가 별안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고려대 측은 현수막이 재차 걸린 이튿날 "본교 설립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현수막을 19일 오후 6시까지 자진 철거해 달라"는 공문을 항일운동가 단체 측 앞으로 보냈다.

고려대 관계자는 "현수막 가운데 `친일파 김성수가 고려대 설립자인지 밝히라' 등 문구는 학교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 철거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낼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성북구와 동대문구에 현수막 철거 협조 요청을 해 이날 오전 현수막은 일단 철거된 상태다.

항일독립운동가 단체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인촌로 명명 이유로 고려대 설립자인 김성수의 호를 인용했다고 하지만 고려대의 진정한 설립자는 1905년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를 세운 석촌 이용익 선생"이라며 "도로명 부여 이유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걸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항일단체들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이날 철거된 현수막을 또 다시 설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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