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로 교과서 수정은 역사 왜곡”

대한국인
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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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겠다는 것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 부분을 모두 부정하는 역사 왜곡입니다.”

원로 한국사학자인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66·한국고전문화연구원 원장·사진)는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역사교육과정 고시안 변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위원장, 한국사연구회 회장, 안중근연구소 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 교과부가 민주주의 개념을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다. 두 용어의 차이는 무엇인가.

“민주주의 발달 과정을 보면 18세기 루소와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자유가 가장 중심적 개념이었던 자유민주주의가 등장한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사회주의의 등장이나, 비스마르크의 정책과 그리스도교적 사회론 등의 영향으로 평등의 요소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사회민주주의적 요소가 가미됐다. 20세기 후반 이래 복지국가론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함께 존중하되,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자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귀착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자유방임적 민주주의의 한계가 극복되고 있다.”

- 뉴라이트 계열과 현대사학회는 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가.

“식민지 개발론 입장에서 역사를 보자는 관점이다. 식민지 시대 진행된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생각해 식민통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독립운동에 대한 평가에는 인색하다. 또한 그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나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보다는 자유경쟁의 정당성만을 강하게 주장한다. 강자 중심의 사회로 발전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 뉴라이트 계열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 시장경제의 존중이라는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쓴다고 말한다.

“모든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한다. 오늘날 이른바 ‘중국식 민주주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 공산주의에서도 시장경제의 가치를 거부하지 못한다.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은 자유민주주의만이 시장경제를 옹호하고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은 시장경제를 부정한다는 듯이 상황을 오도하고 있다.”

-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우리나라가 건국 이래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해왔다고 말한다.

“명백한 왜곡이다. 이러한 인식에서는 민주주의의 발전과정과 복지사회의 구현을 위해서 흘린 현대 한국인의 피와 땀과 눈물을 찾을 수 없다.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귀납적 인식이다. 역사발전의 과정에서 구체적 사건들을 거치면서 이렇게 살아보니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귀납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한국현대사를 자유민주주의로만 규정하고 이에 연역해서 역사를 재단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들은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독재에 대항한 한국 현대사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간과하고 정당한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 과거 교과서에도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나온다고 한다.

“오늘날처럼 시장경제 일변도, 반공주의 강화와 같은 왜곡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개념으로는 쓰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의 자유민주주의는 미국 레이건 정부 이후의 신자유주의 개념에 가깝다.”

- 현대사학회 등 일부 역사학회에서 이견을 제시해 교과부의 고시안이 바뀌었다고 한다.

“역사학계에서 현대사학회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단체다. 현재 역사학 계통의 학회가 200여개쯤 된다. 현대사학회에는 역사학 전공자도 드문데 왜 띄우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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