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는 로마교황청에 의해 복자(福者), 나아가 성인(聖人) 반열에 오르는 것이 가능할까.

↑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의 태극기를 쥔 안중근 의사 동상.
'살인죄'로 일제에 의해 교수형을 당한 안중근 의사를 비롯, 병사(病死)한 조선의 첫 번째 교구장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주교에 대한
시복시성(諡福諡聖)이 본격 추진된다. 시복시성은 가톨릭 교회가 복자 또는 성인을 공식 선포함으로써 신자들이 공적으로 공경하도록 하는 것으로, 전 세계 교회가 공경하는 '성인'과 달리 '복자'는 해당 지역 교회나 단체에서만 공경할 수 있다. 교회가 복자로 선언하는 '시복(諡福)'은 성인으로 선언하는 '시성(諡聖)'의 전(前) 단계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시복시성 준비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을 위한 심포지엄'을 연다. 이날 심포지엄은 '시복을 위한 핵심 주제-반역·병사(病死)·살인·행방불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평화사상' 실천 안중근 의사의 시복시성 추진 =
두물머리 복음화연구소 황종렬 박사는 27일 전화통화에서 "안 의사는 명백히 사람을 죽일 목적으로 저격해 살인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안 의사 생애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에 한정시키지 않고 처형당하기 전 마지막 시기인 '동양평화를 위한 수인(囚人)기' 등을 깊이 조명하면 성인으로 공경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성인으로 추대된 전쟁영웅 잔 다르크와 함께 성경에도 안 의사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아시리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의 침략을 당하자 적진으로 찾아가 홀로페르네스 장군의 신임을 얻고, 연회때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장군의 목을 잘라 귀환해 이스라엘을 구한 과부 유딧은 성경에 소개되는 인물이다.
'안중근의 시복시성 가능한가-안중근의 생애에 대한 재인식'을 발제한 황 박사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후 하느님께서 그에게 부여하신 시간과 공간 속에서 수행한 일을 통합적으로 알 때, 살인이라고 일컬었던 행위가 다시 조명되기 시작한다"며 "안 의사의 저격은, 유딧의 칼부림을 누구도 살인으로 일컫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안 의사가 뮈텔 신부와 빌렘 신부 등에게 남긴 6통의 편지에는 아들을 신부가 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며 "안 의사는 당대 한국 사회에 가톨릭 신앙이 깊게 뿌리내리기를 열망했던 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응칠 자서전을 깊이 파고들면 그의 신앙의 깊이를 추적할 수 있고 민족을 위해 당시 가톨릭 교회가 제 구실을 하도록 하는 깊은 성찰과 더불어 한·중·일 관계 속에서 한국 교회가 민족사회를 위해 수행할 역할을 제시한다"고 시복시성의 근거를 제시했다.
◆ 브뤼기에르 주교 죽음의 의미 = 수원 가톨릭대 최인각 신부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죽음과 그 의미' 발제를 통해 "1835년 10월20일 저녁 8시15분경 중국 마가자 교우촌 어느 교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브뤼기에르 주교를 시복시성 후보자로 삼을 때 목자·순직자·증거자·순교자 등 어떤 제목을 붙여야 할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 '순교자 브뤼기에르 주교'로 시복시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신부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죽음을 지금까지 '순교'로 보지 못한 것은 우리가 이 점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이나 연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브뤼기에르 주교의 죽음이 순교로 밝혀졌다면, 당연히 순교자로서 시복시성에 임해야 하며, '무혈의 순교자'나 '순교정신을 가지고 죽은 증거자'라고 보지 말고, 우리 마음 안에서 우러나오는 그 단어, '순교자'라는 한마디로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장우 한국교회사연구소 연구실장은 "시복시성은 교회법이나 신학적 해석의 입장에 저촉되는 인물에 대한 검토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안중근 의사와 달리 황사영의 경우 민족주의 창으로 볼 때 시복시성 대상에 포함시키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염수정 주교는 "반역 평가, 병사, 살인, 행방불명이라는 조건이 이분들을 시복 대상자로 올리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지 검토하고 시복시성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 주교는 "지난 2009년 5월 두 번째 한국인 사제 최양업 신부와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 청원서를 교황청에 공식 접수한 데 이어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및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2차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추진
↑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의 태극기를 쥔 안중근 의사 동상.
천주교 서울대교구 시복시성 준비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을 위한 심포지엄'을 연다. 이날 심포지엄은 '시복을 위한 핵심 주제-반역·병사(病死)·살인·행방불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평화사상' 실천 안중근 의사의 시복시성 추진 = 두물머리 복음화연구소 황종렬 박사는 27일 전화통화에서 "안 의사는 명백히 사람을 죽일 목적으로 저격해 살인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안 의사 생애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에 한정시키지 않고 처형당하기 전 마지막 시기인 '동양평화를 위한 수인(囚人)기' 등을 깊이 조명하면 성인으로 공경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성인으로 추대된 전쟁영웅 잔 다르크와 함께 성경에도 안 의사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아시리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의 침략을 당하자 적진으로 찾아가 홀로페르네스 장군의 신임을 얻고, 연회때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장군의 목을 잘라 귀환해 이스라엘을 구한 과부 유딧은 성경에 소개되는 인물이다.
'안중근의 시복시성 가능한가-안중근의 생애에 대한 재인식'을 발제한 황 박사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후 하느님께서 그에게 부여하신 시간과 공간 속에서 수행한 일을 통합적으로 알 때, 살인이라고 일컬었던 행위가 다시 조명되기 시작한다"며 "안 의사의 저격은, 유딧의 칼부림을 누구도 살인으로 일컫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안 의사가 뮈텔 신부와 빌렘 신부 등에게 남긴 6통의 편지에는 아들을 신부가 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며 "안 의사는 당대 한국 사회에 가톨릭 신앙이 깊게 뿌리내리기를 열망했던 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응칠 자서전을 깊이 파고들면 그의 신앙의 깊이를 추적할 수 있고 민족을 위해 당시 가톨릭 교회가 제 구실을 하도록 하는 깊은 성찰과 더불어 한·중·일 관계 속에서 한국 교회가 민족사회를 위해 수행할 역할을 제시한다"고 시복시성의 근거를 제시했다.
◆ 브뤼기에르 주교 죽음의 의미 = 수원 가톨릭대 최인각 신부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죽음과 그 의미' 발제를 통해 "1835년 10월20일 저녁 8시15분경 중국 마가자 교우촌 어느 교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브뤼기에르 주교를 시복시성 후보자로 삼을 때 목자·순직자·증거자·순교자 등 어떤 제목을 붙여야 할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 '순교자 브뤼기에르 주교'로 시복시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신부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죽음을 지금까지 '순교'로 보지 못한 것은 우리가 이 점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이나 연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브뤼기에르 주교의 죽음이 순교로 밝혀졌다면, 당연히 순교자로서 시복시성에 임해야 하며, '무혈의 순교자'나 '순교정신을 가지고 죽은 증거자'라고 보지 말고, 우리 마음 안에서 우러나오는 그 단어, '순교자'라는 한마디로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장우 한국교회사연구소 연구실장은 "시복시성은 교회법이나 신학적 해석의 입장에 저촉되는 인물에 대한 검토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안중근 의사와 달리 황사영의 경우 민족주의 창으로 볼 때 시복시성 대상에 포함시키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염수정 주교는 "반역 평가, 병사, 살인, 행방불명이라는 조건이 이분들을 시복 대상자로 올리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지 검토하고 시복시성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 주교는 "지난 2009년 5월 두 번째 한국인 사제 최양업 신부와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 청원서를 교황청에 공식 접수한 데 이어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및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2차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