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단 4기) 안녕하세요, '비정규직'입니다.

청년안중근
2020-03-19
조회수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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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SBS뉴스 "이·미용실 보조직원이 손님 머리 감겨줘도 이젠 '합법)


“어디서 반말이야!” 지난 14일 미용실에 들어가자마자 들린 소리다. 또 들어가자마자 보인 풍경은 두 명의 미용사가 난감한 얼굴로 한 손님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때 미용실 안에는 지금 막 들어온 본인과 손님 한 명, 미용실에 근무하는 근로자 5명뿐이었다. 뒤이어 들어온 손님들은 이 상황을 보고 뒤돌아서 나갔다. 그곳에서 한 시간가량 머리손질을 받는 동안 그 손님의 욕설과 인격모독은 나를 향한 날이 아님에도 나를 ‘불안’하게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욕설을 하던 손님은 기어코 한 미용사를 집어 자신에게 과도한 사과를 하도록 ‘협박’했다.


거의 모든 상황을 관찰한 나는 그 미용사가 정말 사과해야했는지 의문이 들었고, 손님의 인격모독과 영업방해에 대한 부분은 오히려 그가 미용실에 사과해야할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미용사는 사과했고, 손님은 그날 모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후 당시 같이 있던 미용사들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왜 사과를 했는지 묻자, “불안해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용실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그동안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 생각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또 한국에는 통계상의 비정규직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이 존재한다. 일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자영업자로 등록되어있어, 이들은 실상 비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망에서 또한 보호받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일부 대기업의 가전제품 혹은 인터넷 등을 설치하는 설치기사님들이 있는데, 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C사의 몇몇 설치기사님들을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보았다.


설치기사님(이하 기사님)들은 우선 자신들은 비정규직이 아닌 자영업자로 노동자 분류가 되어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로 인해 받는 불이익에 대해서 물었을 때, ‘자영업자라고는 하지만, 회사의 제품을 팔고 설치하는 직원, 즉 회사의 근로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퇴직금과 성과급을 전혀 지원 받을 수 없으며, 기본 급여 또한 없어 일한 만큼 돈을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 형식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두 주 6일을 근무하고, 때로는 일주일 내내 일하기도 한다. 아플 때나 휴일에는 거의 모두가 국가지정공휴일에는 몇몇 기사들이 출근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계가 불안정한 것도 맞지만, 회사에서도 고객들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출근해야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사님들이 공통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부분은 일명 ‘해피콜’이라 불리는 고객만족도 확인 전화를 신경써야하는 것이었다. 만일 고객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점수가 깎이게 되면 낮은 점수를 받은 일한 것에 대해 건당 수수료가 깎이게 된다는 것이다. 건당 수수료를 월급으로 가지고 가야하는 기사님들에게 이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대부분의 설치 혹은 배달 기사님들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이와 관련하여 집단농성이 일어났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리해보면, 일부 자영업자로 분리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직원으로, 회사의 근로자로 인정받지도 못한 채 임금 불안과 건강의 위협, 여가의 보장을 일체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C사의 설치기사님들은 타 대기업 S사의 설치기사님들의 근로자인정소송 및 시위를 보고 회사를 상대로 회사 근로자인정을 위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7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총 근로 시간은 183.1시간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파견/용역 근로자들의 평균 총 근로 시간은 181.8시간으로 근로 시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시간당 임금 총액에서 정규직 근로자는 18,835원인데 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11,009원이었다. 위험수당을 받지도, 성과급을 받지도, 퇴직금을 받지도 못하고 회사의 근로자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수준의 임금이다.


C사나 S사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면 각각 설치기사님들을 회사의 자랑이라 홍보하며, 고객만족과 사랑을 실천하는 중요한 역할로 나타낸다. 또 그러한 홍보 뒤에는 설치기사 채용 원서를 곧바로 접수할 수 있는 팝업창이 나타난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으로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비단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사람들만 비정규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비정규직의 범위와 그 인식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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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국민일보 “‘목숨 담보’ 값 0원… 하청·비정규직에 그림의 떡인 ‘위험수당’)


앞서 본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혹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부당대우를 받으면서, 실상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한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이 낮은 기간제 근로자’, 혹은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한 노동자’로 인식되면서 차별과 부당대우에도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든다.


비정규직이 한국사회에서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비정규직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서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나타내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는 이들을 값이 싼 노동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이들이 불평등과 차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유럽의 경우 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가 1951년 만든 ‘동일 급여’ 선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양의 비슷한 노동을 했을 때 받는 임금차별이 없도록 규정한다. 한국은 OECD소속 국가들에 비해 노동 불평등 지수가 높다. 임시직 비율은 30개국 가운데 2위이고 이러한 임시직들의 저임금노동의 비율은 27개국 가운데 1위이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정규직의 반대로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 둘의 양극화와 차별이 심화된다. 이는 노동시장의 단절을 의미하며, 비정규직이 다른 직장을 가기 위한 경력 수단이나, 적성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경험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어떤 부당함에도 참고 넘어가야하는 이들을 양성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값이 싼 노동인구가 아니라 직장을 안정적으로 주지 못하니 대우해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또 정규직과 같은 일을 했을 때, 그만큼 성과급을 지급해주고 정규직으로의 전환, 혹은 이직이 유연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우선 비정규직이라 하면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서 참아야 하는 수모들, 불완전함을 견딘다. 심지어 한국에는 비정규직 보호금지법으로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금한다.”는 법 조항과 같이 우리에게 적용되는 법률이 마련되어있고, 알고 있음에도 쉽게 반기를 들지 못한다.


최근 경비원이 또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경비원은 “참지 않으면, 주민들이 몰아내니까 참았다.”고 했다. 이제는 이런 이들이 해고가 쉬운 값이 싼 노동력이 아니라, 안정화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유연한 직장의 틀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로 인식되어야 한다.


<안중근청년기자단 우지선 기자>

 

작성일 : 2018. 11. 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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