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는 남과 북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남과 북이 함께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데는 꼭 100년이 걸렸다. 3월26일 중국 다롄에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와 조선종교인협의회(회장 장제언)는 손잡고 추모미사를 열었다. 함세웅 이사장은 “안 의사가 순국하신 지 100년이 되는 날 최초로 남북의 동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는 안중근 정신으로, 우리가 작은 안중근이 되어 통일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신부들은 순교자를 위한 미사라는 의미로 붉은 제의를 입고, 붉은 초를 썼다. 함세웅 신부는 “안 의사가 민족과 겨레를 위해 순교한 것이므로 (오늘은) 추모가 아닌 기억하고 기념하는 축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은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감옥 안에 있는 항일열사기념관에 모여 공동 기념식을 했다. 행사는 안 의사를 위한 묵념과 ‘우리의 소원’을 부르는 것으로 조촐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과 남측 젊은이들은 격의 없이 어울리며 뤼순감옥을 탐방했다. 안 의사가 수감된 방 앞에서 북측 대표인 장제언 회장(조선적십자사 총재)은 “북남이 한마음이 되니 감회가 깊다. 조국의 통일을 위해 감옥에라도 가겠다는 안중근 렬사의 뜻을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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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주진우 중국 다렌 뤼순감옥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남북공동행사에 참석한 젊은이들 |
100년 만에 한목소리 내다
이번 남북공동 행사는 안 의사를 매개로 남과 북이 하나 되었다는 것과 함께 안 의사를 숭배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2~3년 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다른 독립운동가와 위인에 비해 안 의사에 대한 젊은이들의 애정은 각별했다.
뤼순감옥 남북 공동행사에 참여한 고운이(19)는 경기도 강화에 있는 산마을고등학교 고3 학생이다. 고운이는 행사에 참석하려 수업을 빼먹어야 했다. “선생님께서 안 의사가 감옥에서 쓴 글을 보여줬는데 ‘세상에 이렇게 깊은 철학을 가진 테러리스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중근 의사와 독립 열사들이 서 있던 자리에 꼭 서보고, 느껴보고 싶었다.” 고운이는 앞으로 역사가 선택과목이 되는데 동생들에게 역사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함께 온 은솔이(17·고1)는 “아직 내게는 애국심이 없다. 자신의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조건 없이 목숨을 바친 것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라고 말했다. 은솔이는 안중근 의사 자서전을 읽고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친구 윤찬이(17)는 “일본의 지배를 받은 역사가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이 치욕을 안 의사가 씻어주었다”라고 말했다. 뤼순감옥에서 동훈이(19)는 <안중근 평전>의 저자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에게 안 의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자영업을 하는 김승권씨(31)는 일본을 설득할 정도로 당당했던 안 의사의 큰 뜻을 배우고 싶어 뤼순에 왔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인 이현정씨(34)는 “죽음 앞에서도, 실망스러운 주교 앞에서도 신앙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하느님께 의탁한 점을 가슴에 새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3월26일 서울 효창공원에 있는 안중근 의사 가묘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참배행사를 가졌다. 행사를 기획한 아이디 ‘초심’씨는 “안 의사가 산화한 뜻 깊은 날 술 한 잔 따라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 제사를 기획하게 됐다. 시작 전부터 젊은 사람들의 호응이 뜨거워 놀랐다”라고 말했다.
“안 의사 체 게바라 같다”
젊은이들 사이에 ‘안중근 열풍’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고 한다. 안중근기념사업회 윤원일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안 의사 학술대회 때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지난 10년 동안 참석한 수보다 많은 젊은이가 강의장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희정씨(24·시민운동가)는 “어려운 환경에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비전을 이끌어낸 안 의사의 정신이 놀랍다”라고 말했다. 이소연씨(29)는 “정의가 바닥에 떨어진 세상에 안중근 의사 같은 영웅이 나타나 우리를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22일 밤 서울광장에서는 안 의사를 기리는 젊은이들이 하얼빈 의거 100주년 기념 시민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자발적 모금운동을 통해 마련된 행사에서는 센트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해 ‘안중근 유언곡’ 등을 연주했다. 행사에 참가한 김현주씨(40)는 “안 의사의 생각이 멋있어서 공부하고 닮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덕기씨(21)는 “안 의사는 체 게바라와 닮은꼴인 것 같다. 외모도 멋지고 동양평화 사상도 멋있다”라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는 남과 북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남과 북이 함께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데는 꼭 100년이 걸렸다. 3월26일 중국 다롄에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와 조선종교인협의회(회장 장제언)는 손잡고 추모미사를 열었다. 함세웅 이사장은 “안 의사가 순국하신 지 100년이 되는 날 최초로 남북의 동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는 안중근 정신으로, 우리가 작은 안중근이 되어 통일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신부들은 순교자를 위한 미사라는 의미로 붉은 제의를 입고, 붉은 초를 썼다. 함세웅 신부는 “안 의사가 민족과 겨레를 위해 순교한 것이므로 (오늘은) 추모가 아닌 기억하고 기념하는 축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은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감옥 안에 있는 항일열사기념관에 모여 공동 기념식을 했다. 행사는 안 의사를 위한 묵념과 ‘우리의 소원’을 부르는 것으로 조촐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과 남측 젊은이들은 격의 없이 어울리며 뤼순감옥을 탐방했다. 안 의사가 수감된 방 앞에서 북측 대표인 장제언 회장(조선적십자사 총재)은 “북남이 한마음이 되니 감회가 깊다. 조국의 통일을 위해 감옥에라도 가겠다는 안중근 렬사의 뜻을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남북공동 행사는 안 의사를 매개로 남과 북이 하나 되었다는 것과 함께 안 의사를 숭배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2~3년 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다른 독립운동가와 위인에 비해 안 의사에 대한 젊은이들의 애정은 각별했다.
뤼순감옥 남북 공동행사에 참여한 고운이(19)는 경기도 강화에 있는 산마을고등학교 고3 학생이다. 고운이는 행사에 참석하려 수업을 빼먹어야 했다. “선생님께서 안 의사가 감옥에서 쓴 글을 보여줬는데 ‘세상에 이렇게 깊은 철학을 가진 테러리스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중근 의사와 독립 열사들이 서 있던 자리에 꼭 서보고, 느껴보고 싶었다.” 고운이는 앞으로 역사가 선택과목이 되는데 동생들에게 역사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함께 온 은솔이(17·고1)는 “아직 내게는 애국심이 없다. 자신의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조건 없이 목숨을 바친 것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라고 말했다. 은솔이는 안중근 의사 자서전을 읽고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친구 윤찬이(17)는 “일본의 지배를 받은 역사가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이 치욕을 안 의사가 씻어주었다”라고 말했다. 뤼순감옥에서 동훈이(19)는 <안중근 평전>의 저자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에게 안 의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자영업을 하는 김승권씨(31)는 일본을 설득할 정도로 당당했던 안 의사의 큰 뜻을 배우고 싶어 뤼순에 왔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인 이현정씨(34)는 “죽음 앞에서도, 실망스러운 주교 앞에서도 신앙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하느님께 의탁한 점을 가슴에 새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3월26일 서울 효창공원에 있는 안중근 의사 가묘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참배행사를 가졌다. 행사를 기획한 아이디 ‘초심’씨는 “안 의사가 산화한 뜻 깊은 날 술 한 잔 따라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 제사를 기획하게 됐다. 시작 전부터 젊은 사람들의 호응이 뜨거워 놀랐다”라고 말했다.
“안 의사 체 게바라 같다”
젊은이들 사이에 ‘안중근 열풍’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고 한다. 안중근기념사업회 윤원일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안 의사 학술대회 때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지난 10년 동안 참석한 수보다 많은 젊은이가 강의장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희정씨(24·시민운동가)는 “어려운 환경에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비전을 이끌어낸 안 의사의 정신이 놀랍다”라고 말했다. 이소연씨(29)는 “정의가 바닥에 떨어진 세상에 안중근 의사 같은 영웅이 나타나 우리를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22일 밤 서울광장에서는 안 의사를 기리는 젊은이들이 하얼빈 의거 100주년 기념 시민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자발적 모금운동을 통해 마련된 행사에서는 센트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해 ‘안중근 유언곡’ 등을 연주했다. 행사에 참가한 김현주씨(40)는 “안 의사의 생각이 멋있어서 공부하고 닮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덕기씨(21)는 “안 의사는 체 게바라와 닮은꼴인 것 같다. 외모도 멋지고 동양평화 사상도 멋있다”라고 말했다.